[향수] 본투스탠드아웃 디스커버리 트리오 - 더티 헤븐, 신 앤 플래저, 슈거 어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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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본투스탠드아웃 디스커버리 트리오 - 더티 헤븐, 신 앤 플래저, 슈거 어딕트

김치즈 2023. 10. 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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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미국 브랜드 같지만 한국에서 탄생한 과감한 브랜드 '본투스탠드아웃(BORNTOSTANDOUT, 이하 BTSO)'에서 신제품 3종을 내놓았습니다. 

기존에 BTSO가 가지고 있던 금단의 영역을 건드리는 톤 앤 매너를 지키면서 '프래그런스 스위트너(Fragrance Sweetner)'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함께 내놓았다는 것이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BTSO 더티 헤븐, 신 앤 플래저, 슈거 어딕트 (출처: 본투스탠드아웃 공식 인스타그램)

그럼 지금부터 BTSO 신상 3종인 '더티 헤븐(Dirty Heaven)', '신 앤 플래저(Sin & Pleasure)', '슈거 어딕트(Sugar Addict)'를 소개하겠습니다.

더티 헤븐 "천국의 욕망, 환희 그리고 쾌락."

BTSO '더티 헤븐' (출처: 프래그런티카)

- Perfumer: MARGAUX LE PAIH-GUERIN
- Notes: Jasmine, Neroli, White Flowers, Tonka Bean, Saffron, Ambroxan, Vanilla, White Musks, Grey Amber, Modern Woods

더티 헤븐(Dirty Heaven)의 첫인상은 '굉장히 달콤하고 복합적인 향'으로 느껴졌어요. 노트를 보면 화이트 플로럴이 가장 위에 있는데 그중에서도 재스민과 네롤리, 바닐라의 향이 주도적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평소에 화이트 플로럴 향을 착향하면 과하게 발향되어 호흡 곤란이 오는 사람 중 한 명인데요. 더티 헤븐은 달콤함이 깔려있어서 그런지 화이트 플로럴 향수임에도 숨 막히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출처: 핀터레스트

플로럴 계열의 향수는 아주 가볍거나, 차분히 가라 앉거나 두 종류로 분류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더티 헤븐은 통카빈과 암브록산이 아래에서 잘 잡아주는 차분하면서 고혹적인 향이었습니다.

저만 느끼는 감정일지 모르겠지만, 주황색 조명이 강하게 내리쬐는 공간에서 만난 사람에게서 맡을법한 향이거나, 노을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침대에서 연인과 함께 누워있을 때 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향으로 느껴졌어요.

아무튼 이 향이 나는 사람과는 지독하게 얽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것이 본투스탠드아웃의 정체성이자, 작명의 힘인 것 같기도 하네요. 

신 앤 플래저 "쾌락은 죄악이며, 죄악은 곧 쾌락이다."

BTSO '신 앤 플래저' (출처: 프래그런티카)

- Perfumer: AMELIE BOURGEOIS
- Notes: White flowers, Ylang Ylang Extra, Caramel, Almond, Vanilla, Oud, Leather, Patchouli, Rum, White musks, oakmoss, Sandalwood

본투스탠드아웃의 작명은 정말... 취향 저격입니다.

늘 반복적이고 지루한 삶을 살아서 그런지 더러운 천국, 죄악과 쾌락 이런 타이틀을 보면 일단 찜하고 싶거든요.

이번 신제품 3종이 모두 그렇듯, 신 앤 플래저(Sin & Pleasure)에도 달콤함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더티 헤븐에서 통카빈과 바닐라가 달콤함을 묵직하게 잡아줬다면, 신 앤 플래저에서는 우디함이 전면에 드러납니다. 

출처: 핀터레스트

제품은 노트도 조금 더 복잡하지만 시향과 착향의 느낌이 달라서 체향에 따라 많이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향지에서는 우디함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제가 착향 했을 때는 럼과 아몬드가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다가 레더로 가라앉았거든요. 

더티 헤븐이 지독하게 고혹적인 여성의 향이라면, 신 앤 플래저는 지독하게 섹시한 남성의 향으로 느껴졌습니다. (굳이 성별을 나눴을 때의 감상이며, 실제로는 두 제품 모두 중성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슈거 어딕트 "삶, 사랑 그리고 설탕. 가장 순수한 형태의 설탕 중독."

BTSO '슈거 어딕트' (출처: 프래그런티카)

- Perfumer: ANNE-SOPHIE BEHAGHEL
- Notes: Sugar, Cocoa absolute, Tonka Beans, Vanilla absolute, Cinnamon essence, Rum Extract, Labdanum absolute, Coffee extract, Cashmere wood

슈거 어딕트(Sugar Addict)는 본투스탠드아웃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Not EAU DE PARFUM 제품입니다. (Not Vanilla 패러디 ㅎ)

프래그런스 스위트너(Fragrance Sweetner)라고 명명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향수이든 함께 레이어드해 달콤함을 배가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보이는데요.

출처: 핀터레스트

노트에 나와있듯이 시나몬의 따뜻함이 함께 곁들여져 있어서 가을, 겨울에 더 적합하게 느껴집니다. 츄러스에 뿌려진 갈색 설탕이 생각나요.

트레일 변화는 크지 않은 편이라 다른 향과 레이어링 했을 때 향을 많이 변질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토바코 같은 묵직한 향을 뿌릴 때 함께 레이어링 해주면 지속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마치며...

본투스탠드아웃이 2022년 첫 등장했을 때만 해도 '병맛'을 콘셉트로 한 독특한 브랜드가 하나 나왔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한남동 플래그십 매장에 방문했을 때 큰 규모와 감각적인 구조에 처음 놀랐고, 시향 했을 때 병맛이 아니라 진짜 좋은 향수여서 두 번째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어마어마한 조향사 라인업까지도)

이 브랜드가 가장 잘하는 것은 비주얼라이즈(Visualize)와 과감한 도전인 것 같아요. 민조킹 작가와 협업한 작품들을 보면 성욕 등 '본능' 그 자체를 유쾌하게 다루고 있고, 최근에 연호경 작가와 협업한 'ㅋㅋㅋㅋㅋ 잡화전'을 봐도 이게 돼? 싶을 정도로 과감한 작품들이 많거든요.

BTSO '언홀리 오우드', '낫 바닐라' 키비주얼 (출처: 본투스탠드아웃 공식 인스타그램)

또 제가 소소하게 덕질하는 부분이 있다면 향수 각각의 '키 비주얼(Key Visual)'입니다. 도대체 어떤 아티스트와 협업하는지, 아니면 BTSO 내에 이렇게나 감각적인 직원이 있는 건지 궁금할 정도예요. 제품이 가진 특징을 살린 네이밍과 감각적인 문구를 결합해 찰떡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 능력 하나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2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하는데, 단기간에 이토록 성장을 이룬 국내 향수 브랜드가 또 있었나 싶네요. 모든 브랜드가 고급화를 지향하는 가운데, 지금처럼 과감한 도전을 계속하는 브랜드로 남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본투스탠드아웃'으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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