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향수를 만난다는 건 언제나 설레고 짜릿합니다.
특히 이렇게 한국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하우스일 때는 더욱요.
럭셔리 이탈리안 퍼퓸 '까사모라티'
'까사모라티(Casamorati)'는 19세기 이탈리아에서 클라우디오 까사모라티(Claudio Casamorati)가 설립한 하우스를 럭셔리 니치 향수의 최강자 '제르조프(Xerjoff)'가 재현해 낸 빈티지 향수 컬렉션입니다.
제르조프를 상징하는 뾰족한 뚜껑을 가짐으로써 같은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클래식한 바틀에서부터 느껴지는 빈티지한 매력이 향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국내에는 2023년 10월 라뜰리에 데 퍼퓸을 통해서 정식으로 론칭됐는데요.
지금부터 까사모라티의 향수 4종(피오레 듈리보, 다마 비앙카, 리라, 메피스토)을 소개해볼게요.
피오레 듈리보(Fiore D'ulivo):
화사하게 피어오른 꽃 한 송이
Top: 레몬 제스트, 바질 잎, 연꽃, 암브레트 시드
Heart: 올리브 꽃, 자스민 앱솔루트, 매그놀리아 추출물
Base: 벤조인 레진, 앰버, 머스크
[첫인상]
피오레 듈리보는 플로럴 노트가 절대적인 매우 여성적인 향조를 지닌 향수입니다.
첫 뿌에서는 상쾌함이 느껴져서 '오? 생각보다 플로럴하지 않은데?'라고 생각했는데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화사한 플로럴이 올라옵니다.
'아, 이게 피오레 듈리보의 본모습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죠.
[하트 노트]
본격적으로 플로럴이 부각되는 하트 노트를 만나고 나서도 여전히 상쾌함 (시트러스를 이렇게 밖에 표현 못하는 사람ㅎ)이 남아서 과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플로럴이 과하면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증상이 있는데, 이 향수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탑노트에 포함된 연꽃이 가볍게 포문을 열어주고, 맨들맨들한 올리브 꽃이 길을 잘 닦아주어 그런 것 같습니다.
[베이스 노트]
시간이 꽤 흐른 후에 베이스 노트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앰버와 벤조인, 머스크가 향수의 지속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부터 아주 약간의 파우더리함이 느껴집니다.
[총평]
깨끗하고 드넓은 공간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상쾌한 느낌의 플로럴 향수다.
마무리에 파우더리함이 살짝 얹혀지긴 하지만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남성보다는 여성에 더 적합하게 느껴지고, 크게 계절을 탈 향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마 비앙카(Dama Bianca):
유혹의 향을 지닌 아름다운 달콤함
Top: 라임, 금귤, 플로렌타인 아이리스
Heart: 이집트 자스민, 백합, 바이올렛, 라일락
Base: 인도네시아 샌달우드, 시더우드, 잔지바르 바닐라 빈, 암브레트 시드, 화이트 머스크, 번트 몰트
[첫인상]
상큼하게 시작해서 포근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까사모라티 플로럴 향수의 특징인 것 같아요.
이 향수도 라임과 금귤의 상큼함으로 포문을 열어줍니다.
피오레 듈리보와는 다르게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고 레몬 케이크에 레몬 같은 역할이랄까요?
[하트 노트]
노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단순한 향은 아니고, 매우 복합적인 향이 납니다.
트레일 변화가 아주 큰 편도 아닙니다.
아이리스와 라일락이 느껴지지만 이 또한 풍성함을 더해주는 역할일 뿐 절대적인 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베이스 노트]
이 향수의 맛은 베이스에 있는 것 같습니다.
깊게 푹 끓인 사골 곰탕 같은... 아니, 풍미가 깊은 레몬 케이크 같은 향이 베이스에서부터 올라오거든요.
바닐라가 가장 지배적인 성향을 보이고 기반을 잘 닦아주어서 이 깊은 향수가 완성된 것 같습니다.
[총평]
처음 뿌리고 가장 놀랐던 향수 중 하나입니다.
파우더리 플로럴이라 숨 막히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포근하고 매력적인 향이었어요.
누군가를 유혹하겠단 마음을 먹었다면... 여기까지 할게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리고, 계절은 가을/겨울이 더 적합하겠습니다.
리라(Lira):
따뜻한 시나몬 레몬 티 같은 향기
Top: 베르가못, 블러드 오렌지, 라벤더 플라워
Heart: 로즈, 자스민, 시나몬, 감초 꽃
Base: 바닐라, 머스크, 카라멜
[첫인상]
정말 알다가도 모를 까사모라티 입니다.
제가 리라에서 상상한 향기는 레몬 케이크였는데, 그 향기를 다마 비앙카에서 발견해 버렸거든요.
그럼 구어망드 향수에 늘 언급되는 리라는 대체 무슨 향일까 하고 맡아봤죠?
저한테는 연말을 품은 따뜻한 시나몬 레몬 티 같았습니다.
[하트 노트]
저는 시나몬에서 연말을 느껴요.
시나몬을 담근 따뜻한 뱅쇼를 한잔 할 때의 향을 떠올리면 그런 느낌을 받거든요.
리라도 그런 스파이시함을 갖고 있는 겨울 특화 향수입니다.
[베이스 노트]
그리고 다마 비앙카와 바닐라라는 향조를 공유하고 있어요.
차분하고 부드럽게 가라앉은 리라의 잔향을 맡을 때면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은 떠올리기 힘드실 거예요.
[총평]
리라가 왜 구어망드 향수의 대표로 언급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오리엔탈 구어망드라는 제품 소개처럼 아마 그 언급의 대부분은 해외 유저로부터 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이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이, 계절은 매우 추운 겨울이 가장 잘 어울리겠습니다.
메피스토(Mefisto):
저기, 혹시... 이탈리아 쾌남이세요?
Top: 칼라브리안 레몬, 자몽과 베르가못, 라벤더 플라워
Heart: 로즈 앱솔루트, 플로렌틴 아이리스
Base: 마이소르 샌달우드, 시더우드, 앰버, 머스크
[첫인상]
이탈리아 남자 향수가 여기 있어요.
정말 클래식한 이탈리아 쾌남이에요.
남성미가 넘치는 향수에서 느껴지는 스킨 향이 물씬 올라와요.
까사모라티가 추구하는 남성미는 브랜드만큼이나 클래식하고 멋졌습니다.
[하트 노트]
보통 라벤더에서 남성미를 많이 느끼시잖아요?
이 향수가 그런 향수인 것 같아요.
자몽, 베르가못, 레몬으로 상큼함을 팡 터뜨린 다음, 라벤더로 남성미를 확 끌어올려주는 거죠.
[베이스 노트]
까사모라티 향수의 특징은 머스크, 우드, 앰버가 베이스를 탄탄히 받쳐준다는 것 말씀드렸죠?
메피스토에서도 그 법칙은 여전합니다. 덕분에 지속력도 상당히 길고요.
[총평]
메피스토는 해외에서 완벽한 남성 향수라는 평을 받고 있네요.
이 또한 오리엔탈 프레쉬라는 향수의 소개를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계열의 향수 중에서 이 정도 클래식한 멋을 잘 내는 향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진짜 멋을 아는 이탈리안 남성이 뿌려야 할 것 같은 향이죠.
마치며
까사모라티는 이탈리아 향수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향들이 많았습니다.
프랑스 향수가 섬세한 느낌이라면 이탈리아 향수는 좀 더 직설적이고 과감한 느낌이 특징이잖아요?
보통 향수는 프랑스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는데요.
까사모라티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쁨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특히 30ml 용량으로 출시된다는 점도 마음에 든 포인트였는데요.
요즘 100ml 용량으로만 출시되는 향수들이 많은데 저는 소용량이 더 좋더라고요.
모쪼록 많은 분들이 이탈리아 럭셔리 니치 퍼퓸의 맛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체험단 이벤트를 통해 '라뜰리에 데 퍼퓸'으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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