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추천] 철도원 - 한국 영화 ‘기적’이 오마주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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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추천] 철도원 - 한국 영화 ‘기적’이 오마주한 작품?

조슬린 2021. 10. 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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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중에서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낸 가족 영화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인 가족의 모습을 정말 현실적으로 잘 보여주죠. 영화 '철도원'은 2대째 평생 철도원으로 일하는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일과 가족,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가족 영화입니다. 일본 영화 추천하면 손꼽힐만한 명작 영화이자, 현재 네이버 평점 9점 영화입니다. 심지어 코레일 신입사원 연수 때마다 틀어주는 영화라는데, 대체 어떤 영화인지 살펴봤습니다.

 

영화 철도원

일본 명작 영화 '철도원', 정말 좋은 내용일까?

 

일본의 국민 여동생(한국으로 치면 문근영 느낌)으로 불렸던 히로스에 료코와 다카쿠라 겐 주연의 1999년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에 개봉했는데 그해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입니다. 홋카이도 근처 시골 마을의 호로마이라는 작은 역에서 근무하는 사토 오토마츠라는 남자의 이야기인데요. 그는 철도원으로서의 직업정신이 아주 투철한 사람입니다.

 

호로마이에 정차하는 열차는 아주 낡고 작은 열차인데요. 오토마츠는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신호 점검, 열차 점검 등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매너리즘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이 철저합니다. 그런데 역 근처의 탄광으로 번성했던 마을이 폐광이 되고 젊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면서 수요가 없어 적자가 나자 결국 이 역은 곧 사라질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평생 함께 일했던 절친 동료는 도시의 큰 호텔 리조트의 중역으로 가게 되는데, 함께 일하자며 오토마츠에게 이직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오토마츠는 평생 철도 일밖에 모르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며 거절합니다. (한마디로 융통성도 없고 고집불통입니다.)  

 

 

오토마츠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인의 인생을 회상합니다. 그는 교대할 사람이 없어 역을 지키느라 딸과 아내의 죽음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17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이 독감으로 병원에서 죽게 되었을 때도, 심지어 아내가 죽을 때도 가족이 아닌 철도를 지켰죠. 본인이 없으면 열차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였지만, 제 가치관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족보다 철도를 먼저 지켰건만 현실은 어떻게 되었나요? 역은 수요가 없어 곧 폐선될 예정이고, 집도 직업도 잃을 위기에, 의지할 가족도 없이 눈으로 뒤덮인 역에 혼자 고립되듯 남았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직업도 아닌 아버지의 영향으로 가진 직업에 (아내가 생전 한 아이를 양자로 키우며 철도원의 대를 이으면 어떻겠냐는 말에 오토마츠는 철도원이 좋은 직업은 아니라는 말도 합니다.)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충성한다는 건 직업관에 대한 일본 특유의 어떤 운명론적인 기반이 있지 않고서야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일본 사람들만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영화가 개봉할 99년에 비해 소위 '평생직장'이라거나 '천직' 같은 개념도 많이 사라지고 노동 임금의 가치도 많이 떨어진 이 시점에 오토마츠의 이런 신념과 행동이 과연 얼마나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토마츠의 이런 과거 행적은 영화 상에서 이해심 많은 아내와 딸의 멘트로 어느 정도 미화됩니다.

 

"그 사람은 원래 철도밖에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아빠 저는 행복해요. 저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영화에서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가족을 인생의 후순위로 둘 만큼 철저한 직업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주입시키려는 목적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들 한번쯤 보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근데 이 영화를 코레일 신입사원 연수 때 틀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그 의도가 너무 보여서 조금 웃겼습니다. 물론 오토마츠처럼 오로지 코레일에 인생을 바치고 싶은 신입사원은 몇 없을 것 같습니다만, 코레일 신입사원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실 때는 오토마츠의 친구 아들이 오토마츠에게 전화로 하는 이 말을 마음에 잘 남기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아저씨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어릴 적 학교에 다닐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역에 서서 지켜봐 주신 아저씨 덕분에 지금까지 무사히 자랐잖아요. 정말 감사드려요"

 

 

한국 영화 '기적'과의 연관 관계(스포 있음)

 

사실 이 영화를 알게된 건 지난달 개봉한 한국 영화 '기적' 때문이었는데요. 영화 기적을 보고 박평식 평론가가 "풋풋함에 <철도원>(1999)을 슬며시"라는 한줄 평을 남겼죠. 그래서 직접 보고 비교해본 결과.. 네 정말 많이 비슷합니다. 영화 기적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아버지 캐릭터는 철도원의 오토마츠를 보고 만든 게 확실하고, (기적의 아버지는 나중에 후회하면서 정신 차리긴 합니다만..) 기적의 이수경 배우가 연기한 보경 캐릭터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딸 히로스에 료코의 오마주인 듯합니다.ㅎㅎ 기적을 먼저 보고 봤더니 저는 여자아이를 보자마자 오토마츠의 죽은 딸이라는 걸 바로 확신할 수 있었네요. 보고 나면 둘이 이미지나 분위기도 묘하게 비슷합니다. 배우 캐스팅에도 어느 정도 참고했을 것 같습니다. 소재가 살짝 다르긴 하지만, 오래된 역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에서 많은 부분 닮아있습니다. 그래도 두 영화 다 오랜만에 많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추천드립니다.

 

히로스에 료코 철도원
이 장면 너무 예쁘네요 역시 국민 여동생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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