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옥 - 누가 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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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 누가 죄인인가?

김치즈 2021. 12. 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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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넷플릭스 지옥에 대한 감상평을 써보려고 합니다.
넷플릭스 지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지옥 포스터


연상호 감독에 대하여

넷플릭스 지옥은 아젠다만 가지고 러프한 연출을 하는 연상호 감독과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연상호 감독은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글 또는 화면으로 옮겨내는 데 재능이 있는 거지 결말을 지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을 보면 웹툰 작가 양영순이 떠오릅니다. ‘덴마’라는 엄청난 작품을 남기고, 결말을 맺지 못해 어마어마한 욕을 먹은 작가입니다. 아마 지옥도 명확한 결말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말을 낼 생각도 없을 겁니다.

애초에 결말을 낼 수가 없죠, 신에 관한 이야긴데요.

우리는 신이라는 존재가 있는지, 있다 해도 어떤 존재인지 모릅니다. 감독도 거기에 정의를 내리지 않을 겁니다. 이야기만 이어갈 뿐. 후속작을 만든다 해도 이런 생각을 갖고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꼭 결말이 필요할까?

지옥을 본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래서 결말이 뭐야? 어떻게 끝난 거야?”였습니다. 저는 꼭 이야기에 결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잘 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데, 대부분이 억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그 해피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 순간의 감정일 뿐.

두 남녀가 만나 행복하게 결혼하는 것으로 끝맺었더라도 시즌2는 파국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는 건 대중이 그걸 좋아하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지옥은 결말이 필요하지 않고, 애초에 결말을 낼 생각도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시즌2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시즌2가 나올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지옥 세계관으로 평생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네요. 인터뷰 전문


배우의 연기에 대하여

지옥은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줄거리 소개에서 1-3화를 더 좋았다고 꼽았던 이유도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박정자 역, 김신록 배우

지옥에서 가장 돋보인 배우를 꼽으라면 ‘김신록’입니다. 극에서 ‘박정자’ 역할을 맡은 김신록 배우는 고지를 받고 두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김신록 배우가 표현한 박정자 씨는 시연이라는 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인지 어떤지 알지도 못한 채 말 그대로 ‘멘붕(멘탈붕괴)’의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새진리회로부터 시연을 생중계하는 대가로 30억을 제안받았을 때도 자신의 목숨 값이라는 생각보다는 나 없이도 아이들이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더 초점이 가있었던 듯하고, 실제로 시연이 일어나는 순간까지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진짜로 죽나?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더 큰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김신록 배우의 히스토리를 좀 찾아보니 서울대 출신의 한예종 석사 과정을 마친 수재이시더군요. 천재적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치밀하게 계산된 박사 같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주 인상 깊은 연기였고, 그 고통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다시는 보기 어려운 연기였습니다.

정진수 의장 역, 유아인 배우

두 번째는 넷플릭스 지옥에서 정진수 의장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입니다. 유아인은 연기를 매우 잘하는 배우이지만, 연기가 다소 극적인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정진수 의장이라는 역은 그런 유아인의 연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화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대사도 굉장히 만화적인 측면이 있는데, 극 중에서 비대면 인터뷰를 하는 장면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새로운 세상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노트북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설정 상, 정진수 의장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고 그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됩니다. 정진수 의장이 전국의 사람들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한 “새로운 세상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대사는 듣는 순간 “이걸 유아인이 아니면 누가 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저에겐 지옥의 결말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정진수 의장의 고백 씬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으며,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였는가에 대해 말하는 장면은 내용도 충격이었지만 유아인 연기가 가히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독백하듯 길게 이어가는 장면에 대사도 상당해 자칫하면 지루한 설교처럼 보일 수 있는데, 단 한순간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에 공개된 코멘터리를 보니 자신의 연기가 다소 오버된 지점도 없지 않았으나, 한번 더 갔다가는 퇴근이 늦어질 것 같아서 감독님의 오케이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근데 그걸 설명하는 유아인의 모습이 정말 정진수 의장 같았습니다. 이건 연기인가 자기 자신인가…


넷플릭스 지옥 - 결말, 해석에 관한 의견

지옥의 결말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너무 전문적으로 분석하신 분들이 많은 듯하여 민망하지만, 저 또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신은 인간에 관심이 없다. 죄를 지었건 말건.

저는 신이 인간에게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집에 들어온 바퀴벌레를 잡아 죽이고, 알게 모르게 지나가는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처럼 인간을 죽이는 거죠. 근데 왜 굳이 미리 천사를 통해 죽는 날짜와 시간을 고지해가며 괴롭히는 걸까요?

그 또한 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흰 쥐를 잡아다 이 약도 먹이고 저 약도 먹이면서 통제된 환경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죽는 시간을 알려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으로 실험을 해본건 아닐까요?

그럼 마지막에 박정자가 살아난 건?

저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수족관에 금붕어가 한 마리 죽었는데 수족관 내 어떤 생명체도 그 붕어를 먹지도, 분해하지도 않고 고이 모셔두고 구경하는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그냥 붕어가 죽었을 뿐인데 모든 수족관 생명체가 이를 먹거나, 미생물이 분해해 원래 없었던 것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모셔두고 있다면요. 저라면 그 이유가 상당히 궁금해질 것 같습니다.

당장 논문 써야죠, 금붕어에게도 생각이 있다고. 저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지만 살리는 능력까지 있다면… 한번 살려보지 않을까요? 얼마나 대단한 붕어길래? 요즘에도 학교에서 하는지 모르겠지만 붕어를 드라이아이스로 얼렸다가 다시 물에 넣으면 살아나는 실험 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희도 나름 붕어를 죽였다 살려본 거죠. 신기하니까, 재밌으니까.

넷플릭스 지옥 공식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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