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추천 -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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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추천 -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조슬린 2022. 1. 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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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도 재밌지만 다큐멘터리도 잘 뽑기로 유명하죠. 다큐는 실제 사건을 다룬 내용이라 웬만한 영화보다 더 몰입감 있게 보게 되는 것 같네요. 남편과 과몰입해서 '어떡해 어떡해!' 입 막으면서(?) 본 다큐멘터리 한 편을 소개합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그리고 스타트업을 경험해보신 분들이라면 더 소름 돋는 내용일 듯합니다. 2019년에 공개된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실제 미국에서 2017년에 개최했다가 역대급으로 실패한 페스티벌로 유명한 FYRE 페스티벌이 어떻게 폭망 하게 됐는지, 그리고 폭망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실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시사하는 바도 많고, 내용도 몰입력이 상당해서 주변에 추천하고 싶네요. 

FYRE 다큐멘터리 한국판 포스터

역대급 사기극의 전말  

FYRE 페스티벌은 빌리 맥펄랜드(Billy McFarland)라는 한 젊은 사업가가 주도한 신사업 마케팅의 일환이었습니다.(결과는 역대급 노이즈 마케팅) 빌리는 일종의 다단계 비슷한 멤버십 신용카드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번 뒤에 유명한 래퍼인 자 룰(Ja Rule)과 함께 연예인 섭외를 쉽게 할 수 있는 앱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이 앱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프라이빗 섬에서 유명 모델과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럭셔리 페스티벌을 생각해낸 거죠. 마케팅 회의에 참석한 한 사람의 아이디어였는데, 당시 25살의 빌리가 여기에 완전 꽂혀서 이것저것 생각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입니다. 투자금도 받았겠다, 자 룰이 있으니 연예인 섭외도 쉽겠다 다 잘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빌리는 페스티벌 기획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주변 직원들이 예상되는 어려움이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면 듣지 않고, 해고해버렸죠. (역사적으로나 주변에서 이런 왕이나 리더가 잘 되는 꼴을 못 봤습니다)

빌리가 젤 먼저 한건 바하마의 섬을 사고 일단 유명 탑모델을 다 불러서 홍보영상을 찍습니다. 먹고 마시고 놀면서 이때만 해도 행복한 망상에 취해있었죠. 보통 페스티벌 하나 제대로 준비하는데 몇 년이 걸리는데, 이 사람들은 60일 전에 거창한 홍보영상부터 찍은 거죠. 그리고 이 탑모델들이 페스티벌에 참석한 것처럼 인스타 포스팅을 해서 역대급으로 홍보가 됐고(이 사건으로 인스타 뒷 광고 규제가 엄격해지기 시작했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고 함) 아직 준비도 안된 빌라 숙박권 패키지를 포함해서 티켓은 2일 만에 완판 됩니다.(재앙의 시작..) 티켓값은 무려 4,000달러에서 250,000달러까지(오타아님) 였다고 합니다. (이 티켓을 구매한 피해자들은 훗날 이 정도 낼 정도의 돈 있는 사람들이면 사기당해도 먹고살지 않냐는 조롱도 받게 됩니다.)

아직도 있는 FYRE 페스티벌 홍보영상. 댓글보는 재미가 있음

이 홍보영상과 인스타 마케팅을 통해서 돈 많은 인싸들에게 허황된 망상을 파는 데 성공한 거죠. 빌리는 이렇게 돈 많은 사람들의 허영심과 욕구를 이용해 돈을 버는 데 귀재였습니다. 거짓말과 사기에 능했고, 이런 악마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속여서 사업을 하고 투자를 얻어내 왔던 거죠.

직원들은 이때까지도 빌리를 믿고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느라 개고생을 합니다. 홍보 영상이 나가고 난 뒤 영상 속에 나온 실제 섬 주인에 대한 코멘트가 계약 위반이 되면서 빌리와 직원들은 섬에서 쫓겨나고, 부랴부랴 바하마의 새로운 섬을 찾아 페스티벌 준비를 하는데..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빌리는 홍보영상 찍고 마케팅하는 데 이미 돈을 다 갖다 써서 돈도 없는 상태.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에서도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은데, 상수도 시설조차 없는 섬에서 대규모 페스티벌을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직원들은 허허벌판에 사람들이 묵을 숙박시설과 변기.. 그리고 페스티벌이 열릴 무대와 음향시설을 60일 만에 준비해야 했습니다. 홍보는 또 얼마나 럭셔리하다고 뻥을 쳐놨는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죠. 

다큐는 페스티벌 디데이를 알려주면서 페스티벌 준비 상황을 보여주는데, 이때부터 다큐는 호러가 됩니다. 다큐를 보는 사람들도 같이 시간에 쪼들리게 되죠. 직원들은 24시간 일하고, 인력이 부족해 바하마 현지인들 몇백 명이 동원되어 밤낮없이 일합니다. 현실적으로 페스티벌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빌리는 상황을 긍정합니다. 모두가 안될 것을 알지만, 관성에 휩쓸리듯 미친 듯이 움직입니다.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망상에 사로잡힌 리더와 그 밑에서 갈려나가는 직원들.. 페스티벌은 무조건 취소되었어야 했지만 빌리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인정당할 때까지..

 

결국 페스티벌은 폭망의 모든 조건을 갖추며 처참히 실패하고, 집단 소송과 조롱의 대상이 됩니다. 럭셔리 빌라는 없고 방수 안 되는 재난 텐트에 (그마저도 전날 비 와서 매트리스 쫄딱 젖음) 전기도 안 들어옵니다. 해가 지자 사람들은 컴컴한 곳에서 오징어 게임 마냥 자기 텐트 지키려고 남의 텐트 부수고 공격하고,, 보는 사람도 무서운데 거기 있었던 사람들은 진짜 지렸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라고 나온 빵조가리 사진이 트위터에서 홍보영상보다도 더 파급력 있게 리트윗 되면서 이 역대급 사기 페스티벌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죠. 이미 온 사람들은 돌아가는 비행기도 없어서 공항에서 노숙하고 완전 개판..  어느 정도로 처참한지는 다큐에서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다큐에서는 빌리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 그리고 바하마에서 밤낮없이 일한 현지 분들, 그리고 페스티벌 참석자들과 그의 변호인.. 등을 인터뷰하며 사건의 전말을 알려줍니다. 단순히 금전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PTSD를 겪고, 바하마에 살면서 현지인들에게 일을 소개해준 사람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도 빌리는 돈 금방 갚으니 걱정 말라고 하고(;;) 사기혐의로 감방에 들어가지만 보석금을 내고 얼마 있다가 풀려납니다. (보석금 낼 돈은 있네,,) 그리고 보석기간에 또 한 번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진짜로 구속됩니다. 


빌리가 이렇게까지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건 럭셔리한 삶에 대한 허황된 이미지와 그것을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FYRE 페스티벌은 능력 없고 허세만 가득한 리더와 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비판 의식의 부재가 만들어낸 초유의 인재입니다. 그리고 이건 스케일의 차이만 있을 뿐 실제 여러 기업들과 조직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들일지도 모르죠. 우리가 이런 망상을 좇는 한 빌리 같은 소시오패스 사기꾼들은 항상 존재할 것이고 지금도 어디서 배를 불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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