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하데스타운 : 박강현, 강홍석, 김선영, 김수하, 김우형 (2021.12.08)

공연

뮤지컬 하데스타운 : 박강현, 강홍석, 김선영, 김수하, 김우형 (2021.12.08)

김치즈 2022. 1. 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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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Hadestown)>을 소개합니다. 지금 브로드웨이와 한국에서 가장 핫한 <하데스타운> 작품 소개, 줄거리, 주요 넘버 그리고 첫공에 레전 찍어버린 캐스팅 조합과 제 후기입니다.


2021 뮤지컬 하데스타운 포스터

작품 소개와 줄거리

지금 가장 핫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2019년 브로드웨이에 올라온 가장 핫한 작품입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재즈풍의 노래로만 이루어진 송스루 뮤지컬입니다. 당해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2년 만에 비영어권 최초 라이선스로 한국에서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한국 공연은 역삼 LG아트센터에서 2월 27일까지 계속됩니다. (지방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속닥속닥)

뻔하디 뻔한 사랑 이야기 <하데스타운>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뻔하디 뻔한 사랑이야기죠. 헤르메스가 전하는 이야기 속에서 가난한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아름다운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지고, 하데스는 사랑했던 페르세포네와 소원해집니다. 자신이 일궈낸 것에 불평이 아닌 감사할 사람을 찾던 하데스는 에우리디케에게 자신의 왕국인 <하데스타운>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고, 굶주리고 배고프던 에우리디케는 운명의 세 여신의 속삭임에 넘어가 하데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하세계로 내려갑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세계로 향하는데... (에우리디케가 애타게 부를 땐 대답도 않더니!)

장르를 가리지 않는 음악의 힘 재즈는 한국에서 사랑받는 장르는 아니죠. 게다가 재즈음악으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은 처음이어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의 힘이 이런 걸까요? 실제로 가서 본 공연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화려할 것 없는 무대와 많지 않은 출연진이었지만 그 어떤 무대보다 꽉 차고 화려했습니다. 재즈 알못인 제가 글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올드할 것만 같았던 그리스 신화와 재즈의 만남은 세련 그 자체였습니다.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갈게 기다려
내 발걸음 소리가 저 벽을 타고 울려
북소리처럼
 - Wait for Me 중에서-

주요 넘버

Road to Hell 뮤지컬의 첫 곡은 공연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들은 첫 곡에 빠져버린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면 <위키드>의 'No one mourns the wicked'라던가, 레전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Overture'라던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 같은 곡 말이죠. (대성당의 시대가 찾아왔어~) 로드 투 헬(Road to Hell)은 <하데스타운> 첫 곡으로 아주 훌륭한 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뿜뿜뿜 소리를 내는 브라스로 시작하는 재즈 선율에 1차 홀려버리고, 이야기를 이끄는 해설자 역인 헤르메스의 가창력에 빠져버린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보고 온 강홍석 배우 헤르메스의 유튜브 영상 링크할 테니 한번 느껴보세요.

Wait for Me <하데스타운>의 메인곡을 하나 뽑으라면 웨잇 포 미(Wait for Me)를 선택하겠습니다. <하데스타운>으로 가버린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을 표현한 곡인데 무대 연출과 배우의 연기, 음악의 힘이 가장 조화롭게 이루어진 장면이었습니다. 이 곡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봤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을 여러분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자세한 연출에 대한 묘사는 안 하려고 합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 느낀 건데 이 장면을 위해 저는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꼭이요

Epic I, II, III <하데스타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선율이 아닐까요? 라-라라라라라라- 기타 연주와 극악의 가성으로 배우들을 고생시켰다는 주요 테마곡인 에픽 1,2,3입니다. 극 중에 총 3번 등장해서 각각 번호를 매겨 부르는 듯한데 선율은 같지만 부르는 목적과 상황이 다른 것이 매력입니다. 박강현 배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성과 진성을 넘나들며 부르는 것을 보고 살짝 기절할 뻔했다는 후기를 전합니다.


2021.12.08 뮤지컬 하데스타운 캐스팅 보드

캐스팅 추천

저는 캐스팅을 크게 가리는 편은 아닙니다. 선호하는 배우를 찾아가기보다는 비선호하는 배우를 피하는 형태로 예매하는 편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서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12월 8일 극락에 다녀왔기 때문에 이 캐스팅을 꼭 추천해야겠습니다. 달력에 별표 침

박강현 바야흐로 언제였더라... 박효신을 보기 위해 예매한 웃는 남자에서 배우 건강상의 이유로 캐스팅이 변경되면서 박강현 배우와 처음 만났습니다. 박효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캐스팅을 변경한 날이었다고 하니 마치 운명적이었다고나 할까요. 박효신을 대신해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건지 뭔지 몰라도 (무대인사에서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공연을 너무 클린하게 잘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데스타운>에서도 특유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와 가창을 보여줍니다. 에픽에서 가성과 진성의 자연스러운 전환, 웨잇 포 미에서 보여주는 놀랍도록 명료하고 깔끔한 딕션과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언제나 잘하는 배우지만 진정 자기 옷을 입었다, 작곡가가 이 사람을 위해 곡을 썼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홍석 워낙 소울 풀한 배우라 누구보다 헤르메스 역을 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실제로도 잘했습니다. 헤르메스는 극 중에 퇴장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들 것인데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극 막바지에는 감정에 북받쳐 대사 하듯 노래하는데 참 인상 깊었습니다.

김선영 별명이 '여왕'인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김선영 배우의 작품은 놓쳤다가 뒤늦게 후회한 경우가 많아서 이번엔 꼭 봐야지 하고 선택했는데 일말의 후회도 없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자칫 술에 취한 미친 여자처럼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그 안에 서사를 부여하는 기술이 정말... 후. 꼭 보세요.

김수하 <하데스타운>에서 처음 만난 배우입니다. 배우에 대한 어떤 지식도, 심지어 얼굴이나 목소리조차도 모르고 갔는데 첫 소절 부르는 순간 느낌이 팍 왔습니다. 여자 박강현이다. (박강현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과 같았다는 뜻) 또랑또랑 명료한 목소리가 귀에 팍 꽂히는데 박강현 배우와 너무 잘 맞는 목소리 톤을 가지고 있어서 귀르가즘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웨잇 포 미에서 '아임 커밍~!' 하는 부분은 정말... 후 2.

김우형 단순히 김선영 배우와 부부라서 합이 잘 맞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멋있어서 놀랐던 김우형 배우입니다. 일단 피지컬이 장난 아니고, 비현실적인 매트릭스 복장과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를 패션쇼장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실제 전지전능하다는 하데스가 있었다면 이런 훈남 재질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하데스타운> 후기

앞에서 너무 많이 말해버려서 더 말할 것이 없지만 쥐어 짜내 보는 <하데스타운> 후기입니다. 이날 공연이 정말 좋았던 이유는 배우들의 완벽한 합도 합이지만 관객들의 분위기가 일조했던 듯합니다. 공연을 보다가 정말 드물게 경험하는 일인데 1000여 명의 관객이 모두 숨죽여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공기에 흐르는 적막이라고 할까요. 이번 <하데스타운>이 바로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관객들 한번 더 모여 이런 경험을 한번 하고 나면 관객도 라이브 공연의 또 다른 구성원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어쩌면 바로 다음에 관람한 공연에서 정 반대의 경험을 했기에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의심반 걱정반으로 들어갔다가 홀리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이 느낌 하나로 12월을 힘차게 보낼 수 있었던 공연 <하데스타운>이었습니다.

2021 뮤지컬 하데스타운 - 강홍석 Road to Hell M/V

2021 뮤지컬 하데스타운 - 박강현 Epic III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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