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 홍광호, 윤공주, 민경아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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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 홍광호, 윤공주, 민경아 (2022.01.13)

김치즈 2022. 1. 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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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소개한다. 캐스팅은 홍광호, 윤공주, 민경아. 보고 또 봐서 지겨울법한 공연임에도 한껏 무르익은 배우들의 노래, 연기와 함께하니 색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홍광호의 성대는 지금이 리즈이니 놓치지 말 것.


지킬앤하이드 스틸컷 살인,살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소개

유능한 의사인 지킬 박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약을 만들기 위한 실험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를 부도덕하다고 여긴 이사진에 의해 실험은 불허되고, 지킬은 자신 스스로를 실험체로 삼아 실험을 하기에 이르는데...

<지킬앤하이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는 뮤지컬이다. 그만큼 오래되기도 했지만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선물로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곡은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과 같은 아름다운 가사 때문에 결혼식 축가로 불리기도 하는데 뮤지컬을 보고 나면 파국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이 노래를 결혼식 축가로 부르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또 굉장히 오래된 극인 만큼 이 시대에 보기 불편한 장면들도 많다. 약혼식 후에 동료들과 사창가나 다름없는 술집에 들러 여자들과 술을 먹는 장면이나, 거기에서 거의 학대 수준의 삶을 살고 있는 루시의 모습 등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내 몸이 늙은 만큼 의식도 성장했구나 싶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아예 불필요한 장면이라고 하기도 어렵긴 하다.

여자 주인공이 두 명이나 등장하긴 하지만 지킬 원톱극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체력 소모가 엄청날 것 같다. 특히 지킬과 하이드를 왔다 갔다 하며 행동과 목소리를 변조해야 하는 작품의 특성상 배우들의 목에도 무리가 많이 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순간'의 전주가 시작되는 순간 온 관객이 숨죽이고 지켜보는데 관객으로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정말 공기에 적막이 흐른다)


지킬앤하이드 스틸컷 홍광호, 윤공주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캐스트

사실 지난 시즌 <지킬앤하이드> 홍광호 배우의 막공을 보았다. 홍광호의 지킬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막공이라 그런지 관객들의 반응도 대단했고 배우 스스로도 조금 더 보여주려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고음을 1초라도 더 끈다던지, 음을 어레인지 한다던지... 처음 보는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자체 첫 공연을 배우의 마지막 공연으로 관람한다는 것은 그 배우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에 이 배우는 떠났고, 다음 시즌에 돌아오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지킬앤하이드>에 홍광호가 돌아왔네? 내가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지난 시즌 막공만 같아라' 매일같이 공연을 하는 배우에게 시즌 막공과 같은 퀄리티를 바라기는 어렵다. 그래도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지난 시즌 막공의 배우 조합을 찾아 예매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성공이다. 아니, 그냥 성공이 아니라 지난 시즌 막공보다 좋았다. 레알 지난 막공보다 좋았다고 느끼게 된 포인트는 '모나지 않은 공연' 그리고 '경력직 배우들의 합'이다. 한 명이라도 오버를 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그 공연은 모난 공연이다. 그럼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같은 공연을 또 보게 된다. 그런데 더 이상 보고 싶은 것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날 공연은 완벽했다. 


지킬앤하이드 스틸컷 홍광호, 민경아

[홍광호] 말이 필요 없다. 남자의 성대는 40살이 리즈라더니 41살이 된 홍광호의 성대는 말 그대로 '제철'을 맞았다. <지킬앤하이드>가 워낙 체력 소모가 많은 공연이라 벌크업을 했는지 몸이 더 커졌다. 울림통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시즌도 처음 보기 때문에 어떤 디테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잘 모른다. 나는 보통 배우의 컨디션을 초반에 많이 느끼는 편인데, 'I need to know'부터 울림통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하는데 숨이 막히는 거다. 이때 느꼈다. '아 이거 무조건 레전드다' 그리고 'Confrontation'은 거의 공포물이었다. 인간이 아닌 줄[윤공주] 윤공주 배우는 늘 기복 없이 잘하는 배우라 좋은데 특유의 쪼가 있다. 누군가는 뽕삘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특유의 쪼가 많이 줄었더라. 그리고 (스포일러라 언급은 못하지만) 'A new life'를 부르고 난 후의 특정 장면에서 연기가 너무 좋다. 지난번 루시를 할 때 안나카레니나를 같이 했어서 그런지 '안나카레니나'로 한 번만 더 봤으면 좋겠다.

[민경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가는 배우인 것 같다. 처음에 엠마를 한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어?' 이런 반응이었는데, 이제는 '음~잘하겠군' 이런 느낌이다. 다음엔 뭐할지 참 궁금한 배우.

사실 후기를 더 디테일하게 쓰고 싶었는데,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머릿속의 기억이 다 사라졌다. 꼭 좋은 공연을 보면 머리가 하얘지더라... 기억나는 거라곤 처음 하이드로 변신했을 때 엄청 높게 뛰어서 사뿐히 착지하던 홍광호의 모습과 'Confrontation'에서 미친 연기와 가창을 보여줘서 벙쪄있는데 정말 짧은 시간에 옷 단정히 갈아입고 결혼식에 등장해 해맑게 웃고 있던 모습뿐이다. 나는 여운이 채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본인만 멀쩡하지 또...


지킬앤하이드 OST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OST & 샤롯데씨어터 좌석

지킬앤하이드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OST를 내줬다는 소식에 냉큼 사 왔다. 그런데 아직 CD 넣는 기계가 없어서 뜯지도 못하는 중이다. (^^;) 얼른 당근마켓으로 하나 구입해 들어봐야겠다. 

샤롯데 씨어터는 특별히 추천 좌석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이 다 잘 보이는 갓갓극장이다. 1층에서 한번 2층에서 한번 보면 홍광호 목소리도 두 번 듣고 공연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리가 있을 거라곤 장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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