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른, 아홉> 후기 : 내 친구가 시한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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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서른, 아홉> 후기 : 내 친구가 시한부라면?

김치즈 2022. 4. 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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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 웃다를 무한 반복하며 과몰입해서 본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주연의 드라마 <서른, 아홉>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드라마 중간중간 이해되지 않는 포인트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된 것은 세 친구의 우정이 너무 예뻐서인 거 같아요.

드라마 <서른, 아홉> 속 세 친구 이야기

드라마 <서른, 아홉>은 '미조(손예진)'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나 자신을 도와준 '찬영(전미도)'과 친구가 되고, 자신을 고아원에 버린 엄마를 찾겠다고 나섰던 분식집에서 '주희(김지현)'를 만나 평생토록 함께할 진한 우정을 나눈 이야기입니다.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찐 우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뻐요.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주인공은 미조이지만 드라마 속 모든 인물을 움직이는 캐릭터는 찬영입니다. 찬영이가 건강검진에서 췌장암 4기임을 진단받았기 때문인데요.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암이면 누가 날 이렇게 보살펴줄까', '내 친구가 암이면 난 친구를 위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을까'를 대입해가면서 보게 됐습니다.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

<서른, 아홉>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아닙니다. 허술한 부분이 굉장히 많고, 급전개도 많고요. 이 빈틈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컬 배우들이 매체에 나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입니다. 이번에는 찬영 역에 '전미도 배우', 주희 역에 '김지현 배우'가 캐스팅되었는데,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디서 저런 찰떡같은 배우가 툭 튀어나왔나 싶을 것 같습니다. (전미도는 슬의생으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요)

또 한 명의 배우를 발견했다면 바로 진석 역의 '이무생 배우'입니다. 너무 고급스러운 연기를 보여줘서인지 별명이 '이무생로랑'이던데 별명마저 어쩜 이리 찰떡이란 말인가요. 드라마 <서른, 아홉>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이무생이 찬영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찬영 집에 갑자기 쳐들어와 숨도 쉬지 않고 없는 듯 있겠다고 울며 웃으며 말할 때를 꼽겠습니다. 이것은 생활연기인가 정극 연기인가 혼란하다 혼란해.

죽음을 준비하는 것

아직 젊어서인지 죽는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려운데, 잘 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극 중에서 찬영이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업장과 SNS 등을 정리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꼭 필요한 프로세스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죽는다는 것은 축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갑작스레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누가 정리해주나, 하는 고민이 들 정도로 말이에요.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라는 작품이 있는데, 세상을 떠난 사람의 짐을 대신 정리해주는 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서른, 아홉>을 보고 의식의 흐름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싶지만,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보험으로 꼭 들어두고 싶어요.

번외로, 찬영-진석 불륜 미화 논란

<서른, 아홉>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불륜 미화'입니다. 찬영과 진석의 관계는 굉장히 복잡 미묘한데 불륜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불륜을 미화하고 조장한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끝까지 드라마를 보고 난 이후에는 더욱 더요. 둘 사이의 사랑은 이 드라마의 핵심 요소도 아닐뿐더러 아름답게 그려지지도 않습니다. 모든 인물들의 선택이 답답하고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안타깝다고 해서 둘 사이를 이해하거나 지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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