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학 추천] 소설가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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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학 추천] 소설가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

조슬린 2021. 10.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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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희경, 영화감독 장진의 추천 현대 단편 문학 [악기들의 도서관]의 수록 작품 '엇박자 D'의 내용을 리뷰해보았습니다. 소설가 김중혁은 수집광으로 유명한데요, 이 책에서는 세상의 온갖 소리들을 수집해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킨 현대소설입니다. 그중에서도 '엇박자D'는 제가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인데요, 이 작품으로 김중혁은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엇박자 D의 문화적 상상력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 소설집에는 이야기마다 온갖 음악이 담겨있습니다. 그 중 엇박자 D라는 작품에는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가 쌓이고 쌓여 하나의 음악이 되는 합창소리가 담겨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엇박자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이 말 자체는 단순히 음악적 측면에서 박자가 어긋나서 맞지 않는 경우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평소에 춤을 출 때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떤 행동을 할 때 서로 호흡이나 마음이 맞지 않는 경우에도 이 말을 흔히 사용합니다. 내용 중에서 박자를 정말 못 맞추는 일명 엇박자 D 또한 비단 박자를 틀리는 습관을 가진 존재일 뿐 아니라 화자인 '나'의 눈에는 사회적으로 맞지 않는, 어긋난 존재입니다. 나는 은연중에 계속 스스로 정한 정상의 범주에 서서 엇박자 D를 비정상의 궤도를 도는 쓸모없는 존재로 조망합니다. 또한 자신은 통일된 박자에 묻혀 이리저리 시류에 맞게 잘 흐르는 주류의 모습으로, D는 시류에 영합하지 못하고 계속 혼자 흐르는 비주류의 모습으로 설정합니다.

 

"내가 합창단을 선택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특별활동을 하고 싶었고, 특별히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고등학생에게 합창이라는 단어는 이상적이지만 불가능한 유토피아의 느낌이었다."

 

내가 합창단을 하고 싶었던 이유로 등장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개성도 없고 자기 주관도 없고 그저 튀지 않고, 남들과 같은 길을 걸어서, 특별히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그러한 삶이 주류적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음악이라는 문화적 요소를 통해 비유하고 있습니다. 합창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기만의 한 음을 더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음에 묻혀가는 것이 진정한 주류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다시 만난 엇박자 D는 자신의 존재가 드러난다는 이유로, 그리고 세상에 드러난 자신의 존재가 그 밖의 여러 존재들의 질서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학창시절 많은 이들 앞에서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절대 자신의 목소리를 끝까지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음치가 된 것은 사회의 규정, 사회의 낙인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음치들은 자신이 음치라고 생각하더라. 자신이 알아낸 게 아니고 들어서 아는 거지. 평생 그렇게 세뇌를 당하는 거야. 나는 음치다, 나는 음치다.

 

이렇게 생각하며 D는 일명 음치들의 존재를 정당화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박자와 음정을 가진 음치들의 목소리로도 하나의 노래를 완성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회인이 된 나와 학창시절 함께 합창을 했었던 친구들은 D가 만든 음치들의 합창에 감동을 하고, 이제야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됩니다. 이것 또한 꼭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이 아니고서 라도 하나의 공통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회적 모습을 음악적 상상력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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