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책 이길래? [베스트셀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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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책 이길래? [베스트셀러 추천]

조슬린 2022. 3. 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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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입니다.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통틀어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책인데요. 평점도 상당히 높습니다. 북튜버 겨울서점이 강력 추천하면서 아무런 정보도 찾아보지 말고 그냥 다 읽으라고 해서 사람들을 더 궁금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죠. 그래서 어떤 책이길래? 무슨 내용이길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적 감상

저는 단지 이 책이 밀리의 서재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는 것을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지가 궁금해서 베스트셀러를 읽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가 궁금해서요.) 초반 3~40%까지는 사실 잘 안 읽힙니다. 내용이 재미가 없다기보다는 번역투 문장이 조금 많이 거슬리고요. 다른 책의 내용이나 사람의 말을 인용한 내용이 많아 글이 좀 복잡하고 호흡이 꽤나 깁니다. 나중에 텍스트를 억지로 꾸역꾸역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는 원래 이렇게 재미가 없는 책인가? 이런 책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회의감이 들어 잠시 멈추고 한 줄 리뷰를 찾아봤습니다. 대부분 긍정적인 후기가 많은 가운데, '꼭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으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절반 이후 정도 부터는 빠져든다고 하길래 그 정도의 약간의 스포를 동기로 다시 나머지를 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절반 정도 이후부터는 읽는 속도가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하이라이트를 치지 않은 챕터가 없을 정도로 책 내용 여기저기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급기야 거의 한 페이지 전체를 하이라이트 친 부분도 있죠. 정말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초반에 지루할 정도로 쌓아 올린 내용들이 후반부에 작가가 진짜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극적인 힘을 더하는 장치였구나,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다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이유 분석

<주의 : 여기서부터는 책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무난하게 가볍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밀리의 서재 기준 완독률 50%), 일단 읽고나면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인 것은 확실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신선함'입니다. 책 제목부터 신선하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뭔 소리야, 그럼 내가 아는 물고기는 뭔데?) 그리고 장르를 넘나드는 내용의 신선함입니다. 과학 도서로 '분류'는 되어있지만 이 한 권의 책 자체가 전하는 내용은 인문, 철학, 자기 계발, 전기.. 그 어떤 장르로도 국한할 수 없습니다. 이건 이 책이 담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와도 부합합니다. 그 자체만으로 고유한 존재감이 있는 책입니다. 

두 번째는 '여운'입니다. 좋은 콘텐츠가 가진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끝나고 나서도 여운을 남기며 독자들의 삶에 계속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죠.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과 자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특히 무심코 믿어왔던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그리고 불편한 진실과 맞바꾼 편안함과 무지가 스스로와 타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 그리고 이 책이 이런 여운을 더 길게 남길 수 있는 이유는 픽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설 같은 제목이 소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 전율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많은 리뷰에서 가능한 책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지 않고 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하는 겁니다.) 이 책은 이런 불편한 진실들을 가장 진솔하면서도 영민한 방법으로 전달합니다. 

마지막 이유는 '위로'입니다. 본인이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무의미한, 열등한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이들에게 이 책만큼 논리적이고 뼈 때리는 위로를 건네는 책은 없을 듯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중략)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 308p.

 

+

이 책이 일부 극단적 종교인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책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면 그 감정이 어떠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는지, 혹시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범주로 세상을 규정하고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보면 좋을 것 같네요.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 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 ruler 뒤에는 지배자 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3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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