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을 위하여(디펜딩 제이콥) : 크리스 에반스 주연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제이컵을 위하여(Defending Jacob)>는 애플티비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시즌1로 종결되는 리미티드 시리즈입니다.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답게 높은 몰입감과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TV 드라마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은 캡틴, 크리스 에반스도 반갑고요.

제이컵을 위하여, 디펜딩 제이콥(Defending Jacob)
채널: 애플TV+, 애플티비플러스
몇부작: 8부작
시즌1로 완결

제이컵을 위하여 줄거리

매사추세츠 주 교외의 지방검사 '앤디(크리스 에반스)'는 자신이 조사하고 있는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그의 아들 '제이컵(제이든 마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앤디와 그의 부인 '로리(미셸 도커리)'는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제이컵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데...

범죄자의 가족도 죄가 있는가

드라마 속 제이컵의 재판 과정 동안 제이컵의 가족은 차마 두고 볼 수 없는 대중의 심판과 주변인들의 부정적인 관심을 견뎌야 했다. 제이컵은 아직 유죄를 선고받지도 않았고, 그의 가족은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 제이컵이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자식을 관리하지 못한 실책이 있다곤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그들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향한 대중의 분노는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이 과정에서 앤디와 로리는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제이컵 역시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해야 했다. 대중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가족의 삶이 얼마나 망가지는지를 보면서 (적어도 유죄판결 전까지는)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유죄일 경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삶을 무참히 짓밟은 것에 대한 가차 없는 처벌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믿음은 얼마나 단단할 수 있나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한한 신뢰는 어디까지 지속 가능한 것일까? 드라마는 여기에 질문을 던진다.

제이컵의 변호사는 제이컵에게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른바 '살인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로리는 앤디와 제이컵에게 살인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앤디의 아버지가 범죄자라는 사실과 앤디가 이를 숨겼다는 사실도.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 이때부터 가족을 향한 신뢰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로리 역을 맡은 미셸 도커리의 연기가 참으로 인상 깊다.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의 이면을 알게 되고, 살인 유전자 여부까지 알게 된 순간 '과연 아들이 정말 살인하지 않은 것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싹을 틔운다. 아들을 보며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믿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순간순간 의심은 커져만 가고,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인지,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순간의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낸다.

<제이컵을 위하여>를 보면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이다. 자신의 남편과 자식에게 살인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마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의 모든 정황이 내 아들을 범인으로 가리킨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제이컵은 살인을 저질렀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 포함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은 '제이컵이 살인을 저질렀는가?'이다.

제이컵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수사 일선에서 물러난 앤디는 아빠로서 제이컵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건 현장 근방의 범법자들을 의심해 추궁하는 등 제이컵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조사를 이어간다. 그 와중에 앤디와 로리는 대중의 비난 어린 시선(집에 낙서하고 물건을 던지는 것도 시선이라면)을 견디지 못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관두고 만다. 과연 제이컵은 살인을 저지른 걸까?

드라마에서는 제이컵의 유죄 여부를 밝히지 않는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유죄면 유죄인 대로, 무죄면 무죄인 대로 아쉬움을 남길 것이 뻔한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시청자에게 넘기는 처사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똑똑한 결정이다. 원작 소설과는 약간 다른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원작이 희망이 없는 쪽이라면, 드라마는 희망이 있는 쪽에 가깝다.